윤동주_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_#12

 

 

 

“바다에 같이 가고싶어, 가줄 거지?”

 

 

 

바다에 가고 싶다는 그의 말을 듣고 조금은 불안했다. 과거의 기억이 아직 나에게 남아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그가 나에게 다른 결말을, 아니, 이번에는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달빛을 바라보며 바다로 향했다.

 

 

 

“정윤, 달이 참 예쁘다. 정말 예뻐. 정말.”

 

 

 

그는 달이 참 예쁘다고 내게 자꾸 이야기했다. 나는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전에 한 소설가가 “I love you”를 “달이 참 예쁘네요” 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정말 달콤한 추측이었다. 달콤한 추측을 하다 보니 달콤한 음식이 생각난 나는 잠시 바다 주변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샀다. 물론 그의 것도 같이. 그리고 나는 물었다.

 

 

 

“왜 나한테 계속 달이 참 예쁘다고 말해주는 거야?”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답을 대신해서, 그는 옛날에 함께 들었던 MP3 플레이어와 이어폰을 꺼냈고, 나에게 한 쪽 이어폰을 건네며 웃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우리는 바다를 걷기 시작했다. 그때, 갈매기 두 마리가 나타나서는 그와 내가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도망갔다. 그와 나는 멍하니 하늘로 날아오르는 갈매기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때, 이어폰에서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따뜻한 건반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에게 물었다.

 

 

 

“이 음악은 처음 들어보는데, 이 노래는 어떤 노래야?”

 

 

 

“이승윤의 ‘달이 참 예쁘다고’ 라는 노래야.”

 

 

 

“이 노래 생각나서 자꾸 달이 예쁘다고 했구나?”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우선 이 따뜻한 노래를 그와 함께 느끼고 싶어서, 노래에 집중했다. 노래는 끝났고, 나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사랑해”

 

 

내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나의 단어들 중 가장 따뜻한 단어를 그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없이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기억난 말을 입으로 꺼내 버렸다.

 

 

 

"우리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자."

 

 

달의 스포트라이트가 우리를 비추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