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드_피뢰침#10

이대로 생을 마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왠지 머리가 핑핑 도는 느낌이었지만, 살아남으려면 꾀를 짜내야 했다. 나는 황급히 대화를 이어나갔다.

 

 

“안톤, 당신의 조부모님은 어떻게 되셨나요? 지금 어디에 계시죠?”

 

“조부모님은 별의 일부가 되셨습니다.”

 

 

지구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면, 죽음의 의미로 받아들였겠지만, 살아 움직이는 별들을 목격한 이상, 안톤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짧은 대화를 나눴을 뿐이지만, 어느샌가 나와 안톤은 아래로 뚫린 커다란 구멍 앞에 서 있었다.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구멍의 안쪽 벽에는 나선형을 그리는 계단이 아래로 뻗어 있었다.

 

 

“이제 이 계단을 내려가시면 ‘아래’에 도착하실 겁니다.”

 

 

이 남자와 헤어질 순간이란 것을 직감한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별의 일부가 된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잠시 고민하던 안톤은 그대로 얼굴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

 

 

“지구에서 온 이와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네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어쩌면 당신도 별의 일부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요.”

 

 

안톤은 그렇게 알쏭달쏭한 대답을 남긴 채 떠났다. 나는 이 구멍에 정말로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괜히 알짱거리다 나를 확인하러 온 안톤에게 발각되거나 별들에게 붙잡힐지도 모른다. 그때는 구멍 안으로 휙-하고 던져져 자유낙하를 경험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 계단 아래 이상한 것이 있다면 그대로 도망쳐 오리라 다짐하고, 발을 내딛었다.

 

 

얼마나 깊은 건지, 펜로즈의 계단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 즈음, 저 아래가 보였다. ‘아래’는 빛으로 차 있어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었고, 다시 한참을 내려가고 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아래’의 바닥은 울퉁불퉁한, 가공되지 않은 암석이었고 공간을 채운 빛은 암석의 깨진 틈새에서 새 나오고 있었다. 모든 것이 하얗고 정돈된 계단 위와는 참으로 달랐다.

 

 

‘여기서 ’뒤처리‘가 이루어지는 건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바닥 곳곳에 균열이 가며 많은 빛이 새어나왔다. 알 수 없는 지진에 다시 계단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내가 서 있는 곳에도 균열이 생기며 나는 빛 속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