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드_피뢰침#7
아까 봤던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광채, 아마 이 자가 베텔게우스라는 자일 것이다. 베텔게우스는 문지방 너머로 나를 한참이나 내려다 보았다. 미술품을 품평하는 감정사라도 되는 양 사뭇 진지하게 나를 보던 베텔게우스는 입을 열었다.
“애매하군.”
단 한마디만을 남기고 베텔게우스는 사라졌다. 뭐지? 뭐가 애매하다는 거지? 애초에 여긴 어디야?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호기심은 사치였다. 저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여기에서 빠져 나오는게 최우선이었다. 사람을 납치한 자들이 그리 온건한 목적을 갖고 있지 않으리라는 건 당연했으니까. 찬찬히 방 안을 들여다 보았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일말도 보이지 않는 살풍경한 방이었다. 아니 애초에 방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창문이라고는 달려 있지도 않았고 가구라고 할 만한 것들 조차 하나도 없었다. 그저 큰 문 하나만이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문을 여는 것 뿐이었다는 소리다. 하지만 문을 아무 생각 없이 여는 것은 내 텔로미어를 없애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기에 나는 문에 몸을 바싹 붙이고 주변의 동태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 상태로 몇 분이나 기다렸을까 나는 확신에 차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하지 못한게 하나 있었다. 베텔게우스가 어떤 소리를 내는 존재였던가? 아니었다. 그 강렬한 등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베텔게우스는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았다. 나는 문을 열자마자 광채에 눈을 뜰 수 없었다. 베텔게우스는 문 앞을 떠나지 않은 것이었다.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이한 뇌는 기능을 정지했다. 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뭐지?”
베텔게우스는 흥미로운 듯 물었다.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그리 위험해보이지 않았다.
“당신들은 뭡니까?”
나는 그 모습에서 용기를 얻어 되물었다.
“나는 베텔게우스. 오리온의 실질적 수장이라고 할 수 있지.”
베텔게우스는 납치범치고 가볍게 정체를 밝혔다. 가만,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게 오리온자리 유성우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