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_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_#5
따사로운 햇살이 바다를 비추고 있고, 바다는 소금이 흩뿌려진 것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얼마 전까지 우울하던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아이같이 환한 웃음이 돌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것이 유한한 세상에서 홀로 무한해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생각에 잠긴다. 생명의 기원인 바다를 바라보며 하기에는 무안한 생각이지만, 내 머리에는 아직도 죽은 갈매기가 들어있었다.
“무슨 생각해?”
그는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나는 한참 동안이나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내 알아차렸다. 나는 다시 온 신경을 그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미소를 보였다.
이내 우리는 해변을 함께 걷기 시작했다. 자박자박 모래 밟는 소리, 철썩 파도치는 소리, 비릿하면서도 상쾌한 바다 냄새, 마지막으로 약하면서도 분명하게 느껴지는 그의 온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조화는 아름답지만 하나의 어긋남으로도 깨질 수 있다는 불안함을 가지고 있어 깨지기 쉬운 예쁜 도자기를 들고 있는 것 같다. 보고 있으면 예뻐서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존재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 곧 행복이 가면을 벗고 초조함과 걱정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저 멀리 노란 해변 가운데 희끗희끗한 형체들이 아른거렸다. 그것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체를 드러냈다. 죽은 갈매기 때였다. 나는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