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드_피뢰침 #5
깨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알람 소리가 나의 환청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내 방의 내 침대가 아닌, 어느 어두운 곳의 딱딱한 바닥에 누워 있었고, 입고 있는 옷 외에 어떤 소지품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습관이 환청을 만들어 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여긴 어디지?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자는 도중에 배어 나온 땀은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듯한 답답한 기류에 식을 줄을 모르고 나에게 불쾌함을 선사했다. 또한 내가 움직이며 나는 소리의 울림으로 이곳이 절대 넓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씩 떠올려 보자.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
어제-정확히는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날-는 평범한 토요일이었다. 늦은 아침 일어나 카페에 갔다 돌아와, 잠들 때까지 집에만 있었다. 특별한 일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아다드의 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 정도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그가 얘기했던 별이 사람을 데려간다는 소문과, 잠들기 전 유난히 밝은 별을 발견한 일, 그리고 지난 밤 꾸던 꿈까지 떠올랐다.
꿈을 기억해내자 묘한 생각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바닥과 벽을 짚어가며 이곳의 구조를 확인해 본 끝에 나는 바로 이곳이 꿈 속의 흰 방임을 직감했다. 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꿈이 아닌 현실이었을까? 사람처럼 생긴 별이 현실이라고?’
나는 잠시 생각 끝에 우선 한 가지를 확실히 하기로 했다. 스스로 뺨을 때리고, 허벅지를 꼬집고, 또 혹시 방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갈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어 아주 작게 목소리를 내보았다.
“아, 아. 흠흠. 혹시 이건… 꿈인가?”
지금이 아까 꾸던 꿈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어, 또 이 거지같은 상황이 차라리 꿈이길 바라는 마음에 조심스레 테스트해 본 나는 그제서야 이 모든 게 꿈일까 하는 의심을 지워버리며 확실함이 주는 아주 작은 기쁨과 그보다는 약간 큰 실망감을 동시에 느꼈다. 이어서 내가 꾸었던 생생한 꿈이 현실은 아니었을지 생각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태양처럼 빛나는 사람이 진짜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일지도 모른다. 꿈 속에서 나는 빛 한 점 없는 방의 내부가 하얗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곳이 바로 내가 누워있던 이 방이었다. 어쩌면 내가 떠올리지 못하는, 날 이곳으로 데려온 자들에 대한 기억이 꿈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이쯤에서 나는 내가 납치를 당했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누가 날 납치했지?’
근래 만나본 가장 수상한 인물인 아다드의 회장이 떠올랐지만, 겨우 하루, 정확히는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 그가 날 납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가 말한 별이 사람을 데려간다는 소문은 생각해 볼 가치도 없었다. 범인에 대한 추론도 소득이 없던 그때 문 너머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런!’
나는 내가 깨어있음을 들키지 않으려 조용히, 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빠르게 문 옆에 바짝 붙어섰다. 점점 소리가 커진다. 발걸음은 둘 이상, 아마도 세 명. 말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이내 발소리와 말소리가 뚝 멈추더니, ‘찰칵-’하는 소리에 이어 소리와 함께 끼익-거리며 문이 열린다.
이 문이 아니다. 아마 다른 문, 다른 방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바깥 상황을 정확히 알고자 아예 문에 귀를 바짝 붙였다.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문을 쿵 하고 닫더니 다시 ‘찰칵-’하고 문을 잠근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나는 펄쩍 뛰는 심장을 겨우 가라앉혔다. 발소리가 내 앞에서 멈췄기 때문이었다.
이제라도 잠든 척하고 아무도 없는 틈을 노리는 것은 어떨지 망설였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문에 대고 있던 얼굴을 떼며, 쏟아져 나올 빛에 대비해 눈을 가늘게 떴다.
‘찰칵-’하는 소리 이후 문이 움직이자마자 문을 힘껏 밀며 나아갔다.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흐릿한 시야 속 상대의 얼굴로 짐작가는 곳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제대로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