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드_피뢰침 #4

언제부터 거기에 문이 있었는지조차 몰랐지만, 거기에는 확실히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갑자기 들어온 너무나도 밝은 빛 때문에 찡그려진 얼굴에 실눈 사이로 무언가의 실루엣만이 얼추 보였다. 

 

 

비교적 커다란 무언가가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해낸거야?"

 

 

작은 것이 짜증스레 대답했다

 

"내가 직접 한 것도 아닌데 알 턱이 있나. 애초에 이 일에 제대로 해냈다는 기준이 있냐?"

 

 

침을 꼴딱 넘겼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어둠에 익숙해져 빛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도저히 그 밝기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분명 이런 느낌을 어디선가 받아 봤다.

 

 

"으음... 뭐 베텔게우스라면 잘 알고 있었겠지."

 

 

베텔게우스.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누구였지, 하는 찰나 깨달았다.

 

 

태양이었다.

 

 

해를 바라볼 때 아려오는 눈, 당장에 느끼는 그것과 같았다.

 

 

별이었다. 

 

베텔지우슨지 게우슨지 하는 그것은 분명히 겨울에 보이는 별의 이름이었다. 

 

그 순간 나는 눈을 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 미친 회장의 이상한 소리를 너무 많이 듣고, 이상한 생각을 떠올리는 탓에 이상한 꿈을 꾸고 있는 거였구나. 타행에 의한 몰락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 아니었구나!'

 

흐리고 좁은 시야로 큰 녀석이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녀석도 정상은 아닌 거 같은데."

 

"...이따 셋이서 다시 확인해 보는 게 좋겠구만."

 

 

문이 닫혔다. 발걸음이 멀어져간다. 다시 들어보니 둘의 발걸음이라기엔 좀 많은 것 같았다.

방은 너무나도 금방,

깊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원래 이토록 어두웠던가. 빛없는 흰 방은 생각보다 더 스산했다.

 

더 이상 알 바가 아니다. 꿈치곤 수많은 회의, 죄책감, 그리고 강요된 몰락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확 짜증이 났지만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다시 그 딱딱한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다. 한결 맘이 놓이자 정신적으로 피로했던 나는 당장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알람이 울려 눈을 뜰 때 다시 꺼버리고 자고싶다고나 생각하며 다시 잠에 들었다.

 

 

알람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