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_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3
"여보..세요?"
"정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고 조용히 흐느끼는 듯했다.
사실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바닷가로 나들이를 떠났던 여덟 살, 그는 가족을 잃었다. 어린 소년이 마주해야 했던 그 생경한 기억은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 그 순간의 감정 그대로.
"너 혹시...또...?"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응.. 나를 만나러 와주겠니?"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는 창백 그 자체였다. 왠지 모를 불편의 대상이었던 그는 어느새 나에게 연민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영원이란 단 두 글자는 어쩌면 일찍 가족과 이별해야했던 그의 영원한 소망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욕망이 아니었을까. 멍하게 생각에 빠진 나를 깨운 것은 그의 어두운 목소리였다.
"난 언제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 기억을 되짚을 때 그리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태도는 담담했기에 시린 것은 내 마음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때론 그 기억에 심각하게 빠져들 때도 있었다. 마치 얼이 빠진 사람인 마냥.
그러나 나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는 담담했던 것이 아니라 수 년간의 고통에 지쳐 체념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온 고통은 영원히 지속될거라 믿었을 것이다.
기꺼이 베풂을 실천하던 그에게 이제는 내가 선물을 하고 싶었다.
나는 그를 아프게 한 영원의 굴레를 끊어주고 싶었다. 영원한 행복으로..
"내 손을 잡아볼래?"